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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여행 생활 | Posted by 졸당16세 2010. 2. 17. 04:08

진주삼베마을


길쌈. 오늘날 우리에겐 생소한 단어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길쌈’을 검색했다. ‘실을 내어 옷감을 짜는 모든 일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옛 문헌을 들여다보면 후한서(後漢書), 삼국지(三國志)등에서 2~3세기경 우리 땅에서의 길쌈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선조들은 마을 단위로 두레 길쌈을 하고 음력 7, 8월엔 부녀자에게 내기 길쌈을 시켰다. ‘길쌈’은 노상 하는 집안일이자 주요 산업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서양 직물이 도입되면서 복잡하고 고된 길쌈 전통은 점차 자취를 감춰갔다. 이제 삼·누에고치·목화 등을 재료로 베·명주·무명·모시 등의 옷감을 짜는 모습은 장인에게서나 볼 수 있다. 그런데 경상남도 진주의 한 마을은 10여 가구가 길쌈전통을 여전히 이어가고 있다. 400년 삼베길쌈을 지켜온 아낙네의 손길을 찾아 경상남도 진주시 금곡면 죽곡리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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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고, 잇고, 감고, 풀고, 말리고, 엮고, 짓다    

 

“이거이 하루아침에 다 되는게 아이고 삼 그거이 한 길 반을 소뭇하고 매~끈하게 키워야되는 기라. 그래가지고이~ 다시 쪼개고 말리고 이어가 물레로 돌려가지고이...” 22살에 죽곡리로 시집와 50년 넘게 삼베를 짠 강연순(74) 할머니의 강연이 시작됐다. 10여 명 삼베 ‘장인 할매’가 모인 노인정 한쪽 구석에서 한 할매는 “뭐할라 설명해싸노. 아들이 뭐 설명하믄 아나”라고 핀잔을 주지만 설명은 곧 매끄럽게 이어진다. 구성진 경상도 사투리 설명을 번역(?)해 보면 삼베 만드는 과정이 얼마나 복잡하고 힘든 일인지 금세 이해가 된다.


단년생 식물인 삼은 봄에 씨를 뿌린다. 7~9월에 2~2.5m 정도 자라면 대나무로 만든 칼인 삼칼로 삼잎과 줄기를 쳐서 털어낸다. 단으로 묶은 삼대는 찌어낸 뒤 햇볕에 말렸다가 다시 쪼개진 삼의 머리와 꼬리를 잇는 작업을 한다. 전기다리라는 기구 2개를 이용해 삼줄기를 길게 이어내는데 이빨로 줄기 한쪽을 둘로 갈라 다른 줄기 끝을 허벅지에 대고 새끼 꼬듯 비벼 연결시킨다. “줄기를 요래 비벼가지고잉 하나 남은 거 가지고 새끼만치로 하는기요. 연결부위가 곱상하니 표시가 안 나도록...” 한참 이어지는 삼베 짜기 설명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다시 숯불을 피워 노란 치자 물로 베를 멘 뒤 도투마리에 감아 베틀에서 삼베를 짜내야 노랗고 고운 삼베가 완성된다. “아휴~ 걸리는기야 아주 오래 걸리지. 한 달도 넘게 걸리고 대끝 하려면 한 절도 더 걸리꼬. 요새는 추버서 하도 못하고...” 물레를 돌리던 강무순(74) 할머니는 “여가 양반마을이라꼬 시집왔는데 여 와보니 일이 억수로 많지 않소. 허허”하며 여름에 해놓은 고운 삼베 옷감을 꺼내 보여준다.


 

 

김해김씨·전주최씨 집성촌, 전통 있는 마을    

 

죽곡리 삼베길쌈은 1590년대부터 약 400여 년 동안을 이어왔다. 마을은 대나무가 많은 지역이어서 ‘죽곡(竹谷)’이라 불렸다. 진주의 동남쪽에 위치한 금곡면은 동으로 고성군, 남서쪽은 사천시와 접하고 있다. 주민 김지열(79) 할아버지는 “법에서 부르는 건 죽곡리, 옛날엔 여가 ‘대실’이라켔어. 우리 살 때는 김해김가 80호, 전주최가 40호 정도 살았지. 많을 때는 150호 정도 살았고”라며 설명한다. 현재 마을에는 60여 세대 10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전통 있는 마을임을 증명하듯 마을 어귀에는 김유신, 최치원, 설총 등의 영정을 모시는 ‘남악서원’이 자리했고, 마을 중심부에는 동제를 지내던 서낭목이 늠름하게 서있다. 예부터 금곡면의 중심 역할을 해온 죽곡에서는 아낙네들에 의해 삼베길쌈 전통이 내려왔다. 정순점(82) 할머니는 “사천에서 15살에 시집와갖고 여와서 삼베 맹그는 거 배웠다아이가”라며 “우리 윗대는 그 부모한테 배우고, 그 부모는 더 윗대한테서 배운기라”며 실타래처럼 길게 이어진 오랜 삼베 역사를 말한다. 마을 할매들은 장난감이 없던 어린 시절 여자아이는 엄마가 하던 길쌈을 놀이처럼 배웠다며 너스레를 떤다.


 

“삼베 짜는 건 우리가 끝이야. 힘들어 못한다 아이가”    

 


30~40년 전 금곡면에서는 온 마을이 삼베길쌈을 했다. 들녘엔 삼밭이 그득했다. 이제 20가구가 채 되지 않는 농가만 명맥을 잇는다. 허가를 받아야 재배가 가능한 대마는 경찰서에서 수시로 불법유출을 감시한다. 죽곡리로 시집와 반세기 넘는 세월 삼베를 짠 할매들은 삼껍질을 째느라 이빨이 닳고 삼을 잇느라 손가락과 허벅지에 굳은살을 달고 살았다. 그래서일까. 유독 노랗고 고운 색을 띠는 죽곡삼베는 품질이 우수해 전국 각지에서 옷감을 사간다. 또 삼베는 수의, 방석, 베개, 이불, 여름옷, 다포 등 다양한 품목으로 변신해 고가에 팔리고 있다. 그러나 할매들은 젊은 세대에게 삼베길쌈을 강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걸 뭣하러 배워. 힘들어 못한다 아이가”라며 손사래를 친다. 이어 할매들은 “우리가 끝이야. 삼베는...우리 죽으면 할 사람 없어”라고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하지만 곧 “삼베로 손자, 손녀 해 입히믄 다들 편하고 좋다 안 하나. 그래서 힘들어도 손에서 못 놓지. 삼베가 정말 좋은 옷 아이가”라며 곱게 짜낸 삼베를 어루만진다.

 

가는길
진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53번 시내버스를 타면 금곡면 죽곡리에 닿는다. 버스는 하루에 여섯번 마을까지 들어온다. 승용차로 올 경우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 연화산 IC로 나와 왼쪽으로 꺾어 지방도 1009선를 타고 금곡면쪽으로 오면 된다. 연화산 IC에서 마을까지 차로 약 5분 정도 걸린다.

 

관련정보
마을어귀 남악서원 건너편에는 죽곡삼베전시관이 있다. 1층에는 죽곡리 특산품이, 2층에는 죽곡삼베전시관이 들어섰다. 이곳에서 삼베를 짜는 기구부터 다양한 삼베 상품을 볼 수 있다. 마을에는 펜션 5동과 방문객센터가 있어 며칠 머물면서 삼베 체험에 동참할 수 있다. 삼베길쌈 전 과정을 보고 싶다면 음력 7, 8, 9월에 마을을 찾는 것이 좋다. 또 마을 뒤로 봉대산 등산로가 나 있어 3시간 정도 산림욕이 가능하다. 죽곡리는 자운영쌀, 손두부, 삼닭이 유명하므로 마을을 찾는다면 맛보고 가는 것도 좋다.


죽곡삼베마을 055-756-8000

진주 죽곡삼베마을 '농촌체험 1번지' 부상 | 뉴시스 2008-12-15
경남 진주시 금곡면 죽곡삼베마을이 '농촌체험 1번지'로 부상하고 있다. 15일 진주시에 따르면 10월 개장한 삼베로 주제로 한 문화, 체험, 음식의 삼박자가 어우러진 농촌체험마을 '죽곡삼베마을'에 방문객이 끊이질 않고 있다. 13일 죽곡삼베마을을 방문한 부산에...
전통 삼베, 맥 잇기 | MBC TV 2008-11-01
70여년동안 길쌈 일을 해 온 구순여 할머니. 삼을 잇기 위한 초벌작업에 허벅지에는 굳은 살이 박혔고, 손 끝은 온전한데가 없습니다. 시집살이 보다 힘든 길쌈일의 벗은 노동요 였습니다. 힘차게 부딪히는 바디소리에 씨줄과 날줄이 겹겹히 쌓이면서 삼베가 조금씩...
진주에 가면 삼베체험마을이 있다/없다 | 아시아투데이 2008-10-30
한국관광공사(사장 오지철)가 사라져가는 삼베 전통문화를 되살리자는 취지로 벌인 농촌체험마을 조성사업이 결실을 맺었다. 관광공사는 지난 29일 진주시 금곡면 죽곡 삼베마을 방문객센터 앞에서 진주시장과 관광공사 마케팅본부장, 지역 사회단체장, 지역주민이같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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